자동매매 봇에 진짜 돈을 넣고 1년을 기다렸는데, 그제야 전략이 엉망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요. 저는 그 1년을 시뮬레이션으로 대신합니다. 과거 데이터 위에서 전략을 그대로 돌려 보면 4년 치 거래 결과가 8분 안팎에 나옵니다. 미래 수익을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안 되는 전략을 돈 잃기 전에 걸러 줍니다. 제가 시뮬레이션을 쓰는 이유는 거의 이것 하나입니다.
실전으로 확인하면 1년이 걸립니다
전략이 괜찮은지 실전으로 알아보려면 돈을 넣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1년 성적이 궁금하면 1년, 4년 성적이 궁금하면 4년입니다. 그동안 잃은 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뮬레이션은 방법이 단순합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그 전략대로 거래해 보는 겁니다. 그날 어떤 코인에 진입했을지, 언제 청산했을지를 봉 하나하나 따라가며 계산합니다.

위 그림 아래쪽 점들은 제가 최근에 돌린 4년 치 시뮬레이션 40번이 실제로 걸린 시간입니다. 가운데값이 7.7분이고, 대부분 6~9분 사이에 끝났습니다. 10분을 넘긴 건 40번 중 7번인데, 전략 여러 개를 한꺼번에 돌린 경우였습니다.
준비한 데이터: 코인 1,675개, 봉 6,700만 개
저는 바이비트 USDT 무기한 선물의 15분 봉을 2022년 1월부터 전부 받아 두었습니다. 봉이 있는 코인은 1,675개, 봉은 약 6,700만 개입니다. 상장폐지된 코인과 주식 선물도 들어 있습니다.
폐지된 코인을 빼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코인만 놓고 시험하면, 망해서 사라진 코인에 진입했을 경우가 빠져서 결과가 실제보다 좋게 나옵니다.
| 해 | 15분 봉 개수 | 그해 봉이 있는 코인 |
|---|---|---|
| 2022 | 560만 | 190개 |
| 2023 | 801만 | 301개 |
| 2024 | 1,441만 | 693개 |
| 2025 | 2,097만 | 990개 |
| 2026 (9월까지) | 1,815만 | 1,137개 |

해가 갈수록 봉이 늘어나는 건 바이비트에 상장된 코인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 데이터는 거래소가 공짜로 줍니다. 바이비트 공개 API는 로그인 없이도 과거 봉을 내려 줍니다. 다만 받을 수 있는 것과 받아 둔 것은 다릅니다. 1,600개가 넘는 코인의 4년 치를 15분 단위로 쌓는 데는 며칠이 걸렸습니다. 한 번 쌓아 두면 그 뒤로는 몇 번이고 다시 씁니다.
시뮬레이터가 하는 일
제 시뮬레이터는 이 봉들을 시간순으로 읽으면서 15분마다 전략을 한 번씩 돌립니다. 2022년 1월 1일 0시부터 시작해 봉이 하나 지날 때마다 "지금 진입할까, 들고 있는 걸 청산할까"를 묻는 식입니다.
수수료도 거래마다 뺍니다. 펀딩비도 넣습니다. 펀딩비는 무기한 선물에서 롱과 숏 사이에 정해진 시간마다 주고받는 돈인데, 오래 들고 있는 전략이면 이게 꽤 쌓입니다. 그래서 거래소의 실제 펀딩 결제 기록을 받아 두었다가 들고 있던 동안의 금액을 더합니다.
4년 동안 거래한 결과가 8분 만에
예를 하나 보겠습니다. 제가 실제로 시험한 전략입니다. 상장 뒤 첫 15분 봉 가격의 절반 아래까지 떨어졌던 코인이, 다시 첫 봉 가격의 90%를 넘는 순간 롱 진입합니다. 첫 봉 가격의 170%에 닿으면 청산하고, 못 닿으면 30일 뒤 청산합니다. 이미 첫 봉의 2배까지 올랐던 적이 있는 코인은 뺍니다.
2022년 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수수료와 펀딩비를 넣은 백테스트 결과는 이렇습니다.
| 항목 | 값 |
|---|---|
| 거래 수 | 207건 |
| 한 건 평균 수익률 | +13.8% |
| 수익이 난 거래 | 101건 (49%) |
| 거래별 수익률을 그냥 더한 값 | +2,861% |

+2,861%는 돈이 28배가 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207건의 수익률을 차례로 더한 것일 뿐입니다. 의미 있는 숫자는 한 건 평균 +13.8% 쪽입니다.
그림에서 제가 먼저 보는 건 선의 모양입니다. 2023년 말까지는 26건, 수익률 합 +191%로 선이 거의 누워 있습니다. 2024년부터 가팔라집니다. 같은 전략이라도 어느 해에 시작했느냐에 따라 체감이 완전히 달랐을 거라는 뜻입니다. 2022년에 실전으로 시작했다면 2년 가까이 별 성과 없이 버텨야 했습니다. 이런 건 최종 숫자 하나만 봐서는 안 보이고, 실전에서는 2년을 지나 봐야 압니다.
지난 4년에는 여러 장이 다 있었습니다
과거에 벌었던 전략이 앞으로도 벌까요. 그건 모릅니다. 다만 이 4년(정확히는 2022년 1월부터 4년 9개월)은 꽤 다양한 시장이었습니다.
| 시기 | 비트코인 |
|---|---|
| 2022년 1월 | 46,327달러 |
| 2022년 11월 | 15,855달러, 기간 중 최저 (루나·FTX 사태) |
| 2023년 | 횡보 |
| 2024년 | 상승 |
| 2025년 10월 | 124,698달러, 기간 중 최고. 그 뒤 급락 |
| 2026년 9월 | 83,496달러 |

하락장, 횡보, 상승장, 급등락이 한 기간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저는 이 여러 장을 거치고도 살아남은 전략이라면 적어도 더 살펴볼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통계라서, 4년 동안 그랬다면 앞으로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하고 쓰는 겁니다. 가정이라는 점은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뮬레이션이 못 보는 것
시뮬레이션 결과가 좋다고 실전에서 그대로 버는 건 아닙니다. 제 시뮬레이터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체결입니다. 시뮬레이션은 15분 봉 가격에 체결됐다고 놓지만, 실제로 그 가격에 원하는 만큼 진입할 수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거래량이 적은 코인이면 더 그렇습니다. 서버가 꺼져 있던 시간도 시뮬레이션에는 없습니다. 거래소가 규칙을 바꾸는 일도 과거 데이터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거래로 옮긴 전략을 따로 시뮬레이션 결과와 대조해 봅니다. 실거래가 시뮬레이션처럼 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뮬레이션부터 돌립니다
써 보니 시뮬레이션이 제일 고마운 순간은 엉망인 전략을 일찍 버릴 때였습니다. 실전에서 1년 걸려 확인할 과거 성적을 그날 저녁에 볼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저는 시뮬레이션을 505번 돌렸습니다. 그중 실거래로 옮긴 설정은 30개입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돈을 한 푼도 잃지 않고 버린 아이디어들입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코인은 변동성이 크고, 과거 수익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