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 넘게 개발을 해 왔고, 올해 6월부터 AI와 함께 코인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쉬웠냐고 물으면 반은 맞습니다. 사고파는 기능은 정말 금방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그걸 24시간 실제 돈으로 돌리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넉 달 동안 파이썬 코드를 약 10만 줄 쓰고 고쳤고, 지금도 만들고 고치고 시험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숫자와 함께 적어 둡니다.
사고파는 기능은 15줄이면 됩니다
AI에게 "5% 떨어지면 사고, 10% 오르면 팔아줘"라고 말하면 아래 정도의 코드가 바로 나옵니다. 거래소에 접속해서 비트코인 가격을 1분마다 확인하고, 조건이 맞으면 주문을 넣는 15줄짜리 코드입니다.

이 코드는 설명하려고 제가 직접 쓴 예시이고, 실제로 돌려 본 코드는 아닙니다. 그래도 요즘은 코딩을 몰라도 이 정도는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여기에 전략만 조금 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돌리는 프로그램은 몇천 줄이 됩니다
지금 제 프로그램을 줄 수로 세어 보면 차이가 확실히 보입니다.
| 부분 | 줄 수 |
|---|---|
| 사고파는 기능 (위 예시) | 15 |
| 24시간 돌리는 부분 (주문·계정·포지션·엔진·서버) | 8,308 |
| 매매 전략 (실험 파일 395개 포함) | 43,896 |

가운데 8,308줄은 전략과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하는 코드입니다. 주문을 넣고, 들고 있는 포지션(지금 열려 있는 거래)을 거래소와 맞추고, 계정 잔고를 확인하고, 재시작하면 하던 거래를 이어받는 일들입니다. 지금 실거래에서는 전략 설정 30개를 계정 12개로 나눠 돌리고 있어서, 어느 계정이 어떤 코인을 들고 있는지 챙기는 것만 해도 꽤 됩니다.
전략 쪽 43,896줄은 조금 부풀려진 숫자입니다. 시험해 보고 버린 실험 파일도 지우지 않고 다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전략 코드가 4만 줄이라기보다, 전략을 이만큼 만들고 시험했다는 뜻으로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겪은 일 여섯 가지
돈이 걸리면 작은 실수 하나도 바로 손해나 거래 중단으로 이어집니다.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실제로 겪은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9월 15일에는 실거래 서버를 화면 미리보기 창에 띄워 두었다가, 그 창이 닫히면서 서버도 같이 꺼졌습니다. 45분 동안 아무 거래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는 실거래 서버를 다른 창과 상관없는 별도 프로세스로 띄웁니다.
9월 21일에는 재시작 뒤에 문제가 났습니다. 프로그램은 재시작하면 들고 있던 거래를 데이터베이스에서 되살리는데, 전략 하나가 계산에 쓰던 값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값이 비어 있으니 전략이 돌 때마다 실패했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4시간 넘게 그 전략이 멈춰 있었습니다. 지금은 값이 비어 있으면 다시 계산해서 채웁니다.
처음 만든 프로그램에서는 주문 수량 때문에 막혔습니다. 거래소마다 코인별로 주문할 수 있는 수량 단위가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맞춰 반올림했는데, 5달러짜리 주문이 반올림 때문에 최소 주문 금액 아래로 내려가 거절됐습니다. 반올림을 올림으로 바꿔서 해결했습니다.
레버리지도 비슷했습니다. 코인마다 쓸 수 있는 최대 레버리지가 다른데, 그걸 넘는 값으로 주문하니 바이비트가 에러(110013)를 돌려주며 주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에러가 오면 레버리지를 낮춰서 한 번 더 주문합니다.
10월 5일에는 데이터 쪽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바이비트에서 받아 온 코인 목록에 주식 선물이 섞여 있었습니다. 코인이 아닌 것이 통계에 들어가 있었으니, 통계와 시뮬레이션을 다시 계산해야 했습니다.
10월 9일에는 상장폐지를 앞둔 STG 코인에 프로그램이 숏 진입 주문을 넣었습니다. 바이비트는 상장폐지 중인 코인에는 새 포지션을 열 수 없다며(에러 30228) 주문을 거절했습니다.
거래소 연결이 끊기는 것도 늘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지금 프로그램은 시세를 받지 못하면 그 15분은 건너뛰고 다음 15분에 다시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넉 달 동안 쓰고 고친 코드 약 10만 줄
이런 일을 하나씩 고치다 보면 코드가 계속 바뀝니다. 6월부터 10월 초까지 파이썬 코드에 더한 줄과 지운 줄을 날마다 더해 보니 약 10만 줄(103,310줄)이었습니다.

회색 선이 처음 만든 프로그램으로, 6월부터 8월까지 4.2만 줄을 쓰고 고쳤습니다. 9월 11일부터는 처음부터 다시 쌓기로 했습니다. 노란 선이 다시 만드는 프로그램이고, 한 달 남짓 만에 6.1만 줄이 됐습니다. 그 사이 전략 시뮬레이션은 505번 돌렸습니다.
그럼 개발자가 아니면 못 만들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AI는 오류 메시지를 보여 주면 원인을 찾아 주고, 고치는 방법까지 제안합니다. 시간을 들여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개발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가 다 만들어 주니 딸깍 몇 번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제가 겪은 문제들은 대부분 실제 돈으로 돌려 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도전하신다면 생각보다 딸깍을 훨씬 많이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코인은 변동성이 크고, 과거 수익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